[스포츠Q(큐) 정현호 객원기자] 한국 선수가 일본프로축구 J리그로 진출하는 사례는 흔하다. 1993년 노정윤을 시작으로 매해 한국인 여럿이 열도의 피치를 누빈다. 현재도 오세훈, 나상호(이상 마치다 젤비아), 김승규(FC도쿄),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구성윤(교토 상가) 등 전·현직 국가대표들이 각 팀의 주축으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은 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파들에게 쏠려 있어 국내에서 J리그 중계를 만날 수는 없다. 'J리그 코리아'는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국내 유일 J리그 인스타그램 페이지다. 2023년 9월 페이지를 오픈, 현재 팔로워가 7500여명일 정도로 성장했다.페이지 운영자는 간사이 지역을 대표하는 클럽 감바 오사카에 매료돼 J리그 구단 입사를 꿈꾸게 됐다. 현재 그의 삶은 통역, 마케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김준용 씨를 인터뷰했다.
J리그 코리아 운영자 김준용. [사진= 본인 제공]
- 간단한 소개.“안녕하세요. ‘J리그 코리아’라는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김준용입니다.”- 페이지 소개.“J리그 공식 계정은 아닙니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일본 축구 소식을 모아두기 위해 개설한 페이지인데, 생각보다 큰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J리그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것보다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운영 계기는.“2016년부터 J리그에 관심이 있었어요. 감바 오사카의 파나소닉 스타디움 스이타가 개장하는 시즌에 오사카로 여행 가 직관을 갔는데 오재석 선수에게 축구화를 선물로 받았어요. 경험을 계기로 계속해서 J리그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구단의 선수 관리 방식, 시설 투자, 연고지 지역민을 위한 활동 등 구성원 모두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뚜렷한 목표를 갖고 계획을 수행하는 태도에 감동을 받았습니다.하지만 관련 정보를 국내에서 찾기가 매우 어려웠어요. 그 후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가서 J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조명받지 못하는 한국인 선수를 보며 그들의 활약상과 더불어 국내에 알려지면 좋을 만한 일본 축구 관련 내용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V-파렌 나가사키 방문 당시. [사진= 본인 제공]
- J리그의 매력은.“진정성이 가장 큰 매력 같아요. 구단은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 팬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일본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리그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축구라는 틀 안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하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장 좋아하는 J리그 구단은.“감바 오사카입니다. 첫 직관에서 오재석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태극기를 펼쳐 응원했는데, 주변 팬들이 같이 태극기를 들고 응원해주는 모습이 고마웠어요. 2019년 워킹 홀리데이를 갔을 때 마침 황의조, 김영권, 오재석 선수가 모두 감바 오사카 소속이라 더 애정이 가기도 했어요. 지금도 1년에 한두 번은 꼭 직관을 가려 하고 있습니다.”
로아소 구마모토 방문 당시. [사진= 본인 제공]
- 페이지 운영 초기 반응은.“주변에 말하지 않고 시작했고, 1년 동안 팔로워 1000명만 달성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3개월 만에 목표를 달성했어요.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고, 국내에도 일본 축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운영 초기 겪은 어려움은. “포토샵을 잘 다루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알아보기 쉽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또한, 학업, 취업 준비를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균형있게 집중할 수 있도록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콘텐츠 주제 선정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J리그의 진정성에 매력을 느꼈다 보니 자극적인 콘텐츠를 배제하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과 정보를 알아보기 쉽게 전달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팬들뿐만 아니라 지도자나 구단 직원 등 현장에 있는 분들도 페이지를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 J리그 정보를 국내에 전달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자체적으로 J리그 선수의 기록, 이달의 베스트 일레븐 등 같은 콘텐츠로 일본에서 화제성이 높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반응이 저조한 경향이 있어요. 또 팔로워 분들 중 J리그에 익숙한 분들도, 이제 막 관심을 가지게 된 분들도 있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운영 중 겪은 시행착오가 있다면.“계정을 개설하기 전, 콘텐츠 업로드 계획을 완벽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이 늦어졌어요. 어차피 100% 완벽한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시작해서 인사이트를 얻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사진= 본인 제공]
- 기억에 남는 국내 J리그 팬들의 반응이 있다면.“가끔씩 DM으로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었고 덕분에 직관 가서 재미있게 즐기고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문자를 받아요. J리그에서 활약 중인 국내 선수들의 소식을 전달해줘서 고맙다는 연락도 종종 받고요. 수익 창출이 안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 한 마디가 페이지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 것 같아요. 또, 도쿄 베르디 경기를 보러 갔다가 어떤 한국 남자분께서 도움을 요청해 티켓 구매를 도와드렸던 적이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팔로워분인 걸 알게 됐는데 그럴 때면 너무 감사합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게시물은.“J3리그의 가이나레 돗토리 콘텐츠가 기억에 남습니다. 시민구단이고 재정적으로도 어렵다 보니 개선을 위해 돗토리 지방의 농작지를 활용해 잔디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했어요. 구단이 판매한 잔디가 타 구단의 훈련장, 지역 내 학교 등에 환원되는 등 좋은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국내에 잔디 이슈가 있었을 때 카드뉴스 형식으로 소개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J리그 구단의 특색 있는 활동이나 경기장 방문기 같은 콘텐츠를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에서 팔로워를 만날 계획이 있는지.“최근에 '코리안 야야뚜레'님이 기획한 ‘J리그는 K리그의 거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살롱 형식의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많은 분들이 J리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싶습니다.”- 협업 제안이 들어오는지.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최근 모 구단에서 제안이 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 콘텐츠 제작을 준비 중이고, 하반기 이후 내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영철 에이전트(왼쪽), 류청 기자(오른쪽)와 함께. [사진= 본인 제공]
- 페이지가 본인에게 미친 영향은.“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났습니다. 2023~2024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평소에 존경하던 류청 기자님, 조영철 에이전트님을 만날 수 있었어요. 당시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 뛰던 남태희 선수는 일본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처음엔 취미로 운영했지만 현업에 계신 많은 분들이 팔로우해주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이 생겼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기 위해 꼼꼼히 체크하는 습관도 생기는 등 스스로도 많이 변하게 해준 페이지인 것 같아요.”
남태희(왼쪽)와. [사진= 본인 제공]
- 국내 J리그 팬층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일본 구단 홈페이지는 보통 한국어 지원이 없기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면 티켓을 구매하거나 경기장을 찾아갈 때 불편한 점이 있어요. 그래서 전 구단 직관 가이드를 만들어 팁을 제공해 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SNS 페이지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체력과 끈기는 꼭 필요할 것 같아요.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쉬고 싶고, 자고 싶지만 콘텐츠는 쌓이고 제작하다 보면 늦게까지 작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체력과 끈기가 핵심 포인트입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서도 노트북을 가져가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NS 페이지 운영을 추천하는지.“추천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요. 이미 많은 콘텐츠가 나오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본인만 할 수 있는 게 분명히 있거든요. 제가 J리그를 선택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본인만의 장점을 스포츠에 녹여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민된다면 무작정 게시물을 올려보는 걸 추천해요. 완벽한 준비는 없기 때문에 일단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본인의 강점을 발견하길 응원합니다.”- 다른 플랫폼을 추가적으로 운영할 계획이 있는지.“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혼자 운영하고 있다 보니까 브런치 스토리 블로그는 방치되고 있어요. 여유가 생기거나 함께 운영할 분이 생기면 추가도 하고 싶습니다.”- 함께 할 분이 필요한지.“업무와 페이지 운영을 병행하다 보니 시간적 제약이 많아서 고민이 많습니다.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하거나, 못하더라도 디자인 툴을 다룰 수 있는 분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주 카이나(왼쪽)와 함께. [사진= 본인 제공]
- 커리어의 방향성이 일관적인데.“J리그 구단에서 일하는 게 첫 목표였기 때문에 스포츠에 강점이 있는 도쿄 소재 주오대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과목 중 J리그 비즈니스론이 있었어요. 수업을 들으며 J리그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깊게 들더라고요.와중에, 카이나 선수가 제주SK에 임대 오면서 통역 제안을 받게 됐습니다. 좋은 기회였고 팀에 애정도 강하게 생겨 계속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통역 역할은 외국인 선수가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에 카이나 선수의 임대가 종료되며 일을 그만두게 됐어요. 지금은 유비스랩 사커비에서 일본 마케팅을 담당하며 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SK 선수들과. [사진= 본인 제공]
-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은 역량이나 도움 된 경험이 있다면.“J리그 비즈니스론 수업이 큰 도움이 됐어요. 일본 학생들의 J리그 관련 질문 수준에 많이 놀랐어요. 덕분에 쉽게 들을 수 없는 실무자들의 구체적인 답변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교수님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