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윤상 객원기자] 국가대표 선수단은 선수만으로 구성되는 게 아니다. 경기장 뒤에서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책임지는 스태프가 있다. 바로 의무 트레이너다. 테이핑부터 도핑 관리, 회복 치료까지. 팀의 경기력은 이들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198번째 JOB아먹기의 주인공은 대한탁구협회 소속 국가대표팀 의무 트레이너다. 물리치료사 면허를 기반으로 진천선수촌과 세계 대회를 누비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전담하고 있다. 하루의 시작은 워밍업, 끝은 회복 치료. 종일 이어지는 루틴 속에서도 그는 "스스로 국가대표라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말했다.운동선수가 되려던 꿈을 접고 스포츠 현장에서 다른 방식으로 꿈을 이루고 있는 신승용 의무 트레이너를 만났다. 선수들의 몸을 읽는 이 전문가에게 테이핑보다 더 단단한 직업 정신을 느낄 수 있다.신승용 트레이너.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남자 탁구 국가대표팀에서 의무 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물리치료사 신승용입니다."- 맡고 있는 업무는."국가대표 선수들의 도핑과 영양 관리, 체력 및 웨이트 트레이닝, 부상 예방과 치료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는."진천선수촌에서 오전과 오후 훈련을 중심으로 일과가 진행됩니다. 훈련 시작 전에는 선수들의 워밍업과 테이핑을 돕고 훈련 후에는 체력 운동 및 보강 운동을 실시합니다. 저녁에는 통증이 있는 선수나 컨디셔닝이 필요한 선수들을 위해 늦게까지 치료를 진행합니다. 국제대회 기간에는 경기장에 종일 상주합니다. 선수들의 요청에 따라 현장 치료와 컨디셔닝을 담당하고 경기 후 숙소에서 다시 회복 치료를 이어갑니다."- 최근까지 참여한 주요 국제대회는."작년에는 부산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과 카자흐스탄 아시아탁구선수권에 참여했습니다. 올해에는 인도 첸나이 월드테이블테니스(WTT), 2025 국제탁구연맹(ITTF) 남녀 월드컵, 카타르 도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다녀왔습니다."
![ITTF 단체사진. [사진=본인 제공]](https://www.sportsq.co.kr/news/photo/202506/482363_549769_77.jpg)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출국을 앞두고. [사진=본인 제공]
- 선수 컨디션을 관리할 때 특히 신경 쓰는 점은.
"선수마다 경기 스타일과 체형, 부상 이력 등이 다르기 때문에 훈련이나 경기 중 계속 관찰하며 부상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컨디션을 높이기 위해 수면과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인별 맞춤 조언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선 순위를 두는 컨디션 요소는."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여러 트레이너들과 호흡해왔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 분명합니다. 최대한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이 선호하거나 효과를 봤던 방식들을 듣고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 맞춤형 관리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테이핑은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분명히 영향을 줍니다. 부상 방지 목적의 테이핑과 통증 관리 목적의 테이핑은 다르고, 통증 부위에 따라 사용하는 테이핑의 종류와 부착 방식, 텐션 등도 달라집니다. 선수에게 최적화된 테이핑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무 트레이너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첫째는 실력입니다. 선수의 몸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전문성이 가장 기본입니다. 둘째는 소통 능력입니다. 지도자와 선수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원래 꿈은 운동선수였는데 부상을 겪으며 운동을 계속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상을 예방하고 치료해주는 쪽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의무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인된 병원 경력이 가능하고 가장 기초가 되는 자격인 물리치료사 면허를 취득하고자 물리치료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 국가고시에 합격해 현재에 이르게 됐습니다."- 처음 꿈꿨던 진로와 지금이 다른지."처음에는 물리치료사 면허를 따자마자 의무 트레이너가 되려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기회가 많지 않았고, 병원 근무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수입에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언젠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 결국 스포츠 현장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병원 근무와 현장 트레이너의 차이점은."병원은 정해진 시간과 요일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기 때문에 워라밸이 잘 지켜지고 급여도 안정적입니다. 반면 스포츠 현장은 훈련과 대회 일정에 따라 업무가 유동적이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휴식이나 여행을 계획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보람도 큽니다."- 가장 긴박했던 순간이 있다면."카타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경기 시작 1시간 전, 임종훈 선수가 몸을 풀다 목과 등에 급성 통증을 호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빠르게 통증을 줄이고자 치료에 집중했고 테이핑으로 어느 정도 컨디션을 맞춰 결국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왔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기억에 남는 뿌듯했던 순간은."역시 최근 세계탁구선수권에서 한 선수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제 이름을 언급하며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어 고맙다고 말해줬던 일이 가장 인상 깊습니다. 제 역할이 선수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현재 주로 케어하고 있는 선수는."현재는 임종훈, 안재현 등 남자 탁구선수들을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여자 골프선수들, 피겨 꿈나무 선수들도 트레이닝한 경험이 있습니다."
![피겨 꿈나무 선수들과 단체사진. [사진=본인 제공]](https://www.sportsq.co.kr/news/photo/202506/482363_549770_154.jpg)
피겨 꿈나무 선수들과. [사진=본인 제공]
- 대표팀 합류 과정은 어땠는지.
"프로팀과 국가대표팀 진출을 목표로 1년 동안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다양한 종목에 지원했습니다. 여러 공고를 주시하던 중 평소 관심 있던 탁구 종목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면접과 실무 과정을 거쳐 올해 2월 국가대표팀 의무 트레이너로 정식 합류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을 경험하며 느낀 차이점이 있다면."종목에 따라 부상 유형과 사용하는 근육이 확연히 다릅니다. 피겨는 빙상에서 점프와 회전을 반복하기 때문에 착지 시 발목, 무릎, 허리 부상 위험이 높습니다. 딱딱한 부츠와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 특성도 반영해야 합니다. 골프는 몸통 회전과 손목 사용이 많아 허리, 팔꿈치, 손목 부상이 많아요. 탁구는 대회가 많고 전신을 사용하는 종목이라 항상 복합적인 피로가 누적됩니다. 그래서 종목별 특성에 맞춰 치료와 보강 훈련을 달리 적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했을 당시 기억에 남는 일화는. "투어에서는 약 2~3개월 정도만 활동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대만 선수와 함께 했던 경기입니다. 경기를 앞두고 컨디셔닝을 마친 선수가 평소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고 대회가 끝난 뒤 감사의 뜻으로 작은 선물을 전달해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도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전문 영역은. "기본적으로 물리치료사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검진과 치료에 가장 자신이 있습니다. 선수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제 전문성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무 트레이너 역할 중 일반인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무 트레이너라고 하면 치료나 트레이닝 업무만 떠올리지만 사실 선수의 역량 관리나 도핑 관련 업무까지 폭넓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책임지는 것이 저희 역할 중 중요합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과 함께하는데. 어떤 접근 방식이 필요한지."저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과 함께한 경험이 있습니다. 연령대에 따라 신체적인 조건과 소통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시기의 특성을 고려한 훈련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항상 ‘내가 그 나이라면 어떻게 느낄까’를 생각하며 접근하려 노력합니다."선수와 소통하는 장면. [사진=본인 제공]
- 의무 트레이너로서 지켜야 할 기준은.
"전문성 유지는 기본입니다. 지속적인 공부를 통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직성과 성실함 또한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선수와 지도자의 건강보다 다른 요소가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리치료사 자격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팁이 있다면. "물리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3~4년제 대학에서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한 뒤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합니다. 최근 대한체육회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대표 의무 트레이너의 필수 조건으로 물리치료사 면허 보유가 포함됐습니다. 대표팀을 목표로 한다면 관련 학과 진학과 면허 취득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프로구단의 경우에도 건강운동관리사, 선수 트레이너 등 자격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학생 때부터 취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같은 무대에 참여할 때의 감정은."제가 직접 경기에 나서는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할 수 있도록 제 역량을 다하고자 노력합니다."- 스포츠 현장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치료나 트레이닝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쉬는 날마다 관련 교육을 이수하거나 논문을 읽으며 다양한 관점을 익히고 선수들에게 더 나은 방식으로 접근하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 체력이나 멘탈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일과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체력과 멘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업무를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매일 웨이트와 러닝을 통해 몸을 단련하고, 쉬는 날에는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평소에도 운동을 즐기는 편인지."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 운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녁 시간에는 웨이트와 러닝을 꾸준히 하고 있고, 여유가 있는 날에는 친구들과 축구나 풋살도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의무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추천하고 싶은지."운동과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워라밸이나 금전적인 조건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꿈을 이루고 국가를 대표해 일할 수 있는 자부심이 있다는 점에서 저는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의무 트레이너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면.